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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기업회생과 사모펀드의 민낯: 구조적 문제를 짚다

by SSSCPL 2025. 3. 10.

1. 홈플러스, 결국 법정관리 돌입

2025년 3월 4일, 대형 유통업체 홈플러스가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법원은 같은 날 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내렸다. 홈플러스는 “영업과 배송은 정상 운영 중”이라고 밝혔지만, 이는 단순한 기업 운영 문제가 아니라 한국 자본시장의 구조적 병폐를 보여주는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 MBK의 인수 구조: 홈플러스는 희생양이었다

홈플러스는 2015년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에 인수됐다. 인수 방식은 대표적인 레버리지 바이아웃(LBO) 방식이었다. 즉, MBK는 자기 자본이 아닌 홈플러스의 자산과 미래 현금 흐름을 담보로 외부 자금을 빌려 인수자금을 충당했다.

인수 직후, MBK는 홈플러스가 보유하고 있던 부동산을 매각한 뒤 다시 임차하는 세일앤리스백(Sale & Lease Back) 방식을 통해 수천억 원을 회수했다. 기업 가치는 유지되지 않은 채, 사실상 현금 자산을 짜내는 기계로 전락한 셈이다.


3. 사모펀드 구조의 근본적 문제

단기 수익 중심 구조

사모펀드는 보통 5~7년의 투자 기간 내에 수익을 극대화하고 회수해야 한다. 이는 기업의 장기 전략이나 브랜드 가치보다 당장 수익이 나는 구조조정에 집중하게 만든다. 홈플러스 역시 설비투자 축소, 점포 축소, 조직 슬림화 등이 반복되며 경쟁력을 잃었다.

과도한 부채 전가

MBK는 홈플러스 인수 당시 외부 차입을 대거 활용했고, 그 결과 홈플러스의 부채비율은 1408%에 달했다. 이는 IMF 외환위기 당시 부실 대기업 수준의 재무구조로, 유통업이라는 안정적 산업에서 이례적인 수치다. 사모펀드는 투자 리스크를 자신이 아닌 피인수 기업에 전가시키는 구조적 한계를 갖고 있다.

투명성 부족과 사회적 책임 결여

사모펀드는 일반 투자자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정보공개 의무가 낮다. 기업 경영 과정에서 어떤 의사결정이 내려졌고, 그것이 어떤 사회적 영향을 미쳤는지를 파악하기 어렵다. 홈플러스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협력사 대금 미지급, 상품권 사용 거부, 납품 중단 사태가 벌어진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4. 홈플러스 이후의 유통업계, 어디로 가나?

홈플러스는 현재 모든 매장을 정상 운영하고 있으며, 일부 납품업체의 공급 중단은 해소된 상태다. 그러나 불안은 여전하다. 온라인 유통 대기업과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사모펀드식 경영으로 체력이 소진된 홈플러스가 과연 회생을 넘어 실질적인 정상화에 이를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이번 사태는 단지 하나의 기업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국내 사모펀드 생태계가 지나치게 LBO 기반, 단기 수익 중심, 투명성 결여 상태에 놓여 있다는 제도적 경고이기도 하다.


5. 무엇이 바뀌어야 하는가?

사모펀드는 자본 효율성을 높이는 장점이 있지만, 다음과 같은 개선이 없다면 ‘수익을 위한 구조 파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 LBO 규제 강화: 자기자본 비율 기준 설정
  • 공시 및 감사 의무 확대: 인수 후 경영 변동 내용 공개
  • 사회적 책임 경영 기준 도입: 일자리, 소비자 영향 평가
  • 협력사 보호장치 마련: 대금 지급 보장 제도화

6. 결론: 홈플러스는 시작일 뿐이다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은 사모펀드 주도의 기업 경영이 안고 있는 위험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재무재편 없이 단기 수익에 집착한 결과는, 결국 소비자·직원·협력업체 모두에게 피해로 돌아온다. 지금이야말로, 한국 자본시장이 사모펀드의 ‘기능’과 ‘한계’를 냉정하게 점검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