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의 SNS, 실존주의적 시선으로 보다
오늘날 우리는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틱톡 같은 SNS를 통해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고, 타인의 삶을 엿본다. 그러나 이러한 디지털 공간은 정말 '나'를 표현하는 장일까, 아니면 타인의 시선에 의해 만들어진 '타자화된 나'를 전시하는 공간일까? 프랑스 실존주의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Jean-Paul Sartre)의 사상을 빌려 이 질문을 풀어보고자 한다.
사르트르의 핵심 개념: '타인의 시선'과 '본질'
사르트르는 인간 존재를 설명하면서 '타인의 시선' 개념을 강조했다. 그의 대표작 "존재와 무"(L'Être et le néant)에서 그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할 때 인간은 자신의 자유를 제약받는다고 지적한다. 즉, 타인의 평가를 두려워하거나 의식하는 순간, 우리는 스스로를 '대상'으로 전락시키게 된다.
이는 SNS를 사용하는 우리의 모습과 무척 닮아있다. 우리는 자신의 사진을 올리고, 좋아요 수를 세며, 댓글 반응에 일희일비한다. 사르트르가 본다면, SNS란 "타인의 시선 속에서 스스로를 대상화하는 무대"일 것이다.
인스타그램 속 '본질'은 존재하는가?
사르트르는 인간이 본질을 갖고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선택과 행동을 통해 본질을 창조한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SNS 속 "나"는 진정한 본질을 담고 있을까? 아니면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이미지에 불과할까?
예를 들어, 여행지에서 찍은 화려한 사진, 고급 레스토랑에서의 식사 장면을 공유하는 행위는 과연 자신의 진정한 선택일까? 아니면 사회적 기대와 비교 문화 속에서 만들어진 모습일까? 사르트르식으로 보자면, 진정한 실존은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스스로 선택하는 삶에 있다. SNS에서 나를 연출하는 순간, 우리는 스스로를 실존적 자유로부터 소외시키고 있을지도 모른다.
실존적 자유, SNS 시대에도 가능한가?
그렇다면 현대 사회에서 SNS를 아예 끊어야 실존적 자유를 지킬 수 있을까? 꼭 그렇지는 않다. 사르트르는 인간에게 "행위에 대한 책임"을 강조했다. 즉, SNS를 사용하는 것도 하나의 자유로운 선택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타인의 시선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의지로 무엇을 공유할지 결정하는 것이다.
자신의 가치관과 일치하는 콘텐츠를 올리고, 타인의 평가에 과도하게 의존하지 않는다면, SNS에서도 실존적 자유를 추구할 수 있다. 이는 사르트르가 말한 '진정한 존재'를 현대적으로 실천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결론: SNS 시대의 실존주의적 삶
사르트르라면 인스타그램을 무조건 비난하지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그는 이렇게 말했을지도 모른다: "당신은 SNS를 통해 어떤 '존재'가 되기로 선택했는가?"
우리가 SNS를 사용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타인의 시선이 아니라 나 자신의 선택이다. 타인의 기대에 맞춰 가짜 이미지를 만드는 대신, 스스로 선택한 삶을 표현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실존주의는 SNS 시대에도 유효하다. 결국, 자유롭고 책임 있는 선택을 통해 우리는 매 순간 진정한 '나'를 창조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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